지난 5일 글로벌 협업 툴 노션(Notion)이 국내 첫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노션 AI’를 필두로 한 신기능 출시를 알리는 자리였는데요.

직접 만든 템플릿을 사고 팔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비롯해 노션 메일, 노션 폼 등 노션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다양한 기능이 공개됐습니다. 노션은 이 모든 기능을 AI와 연동, 사용자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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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출시 소식 외에도 이번 행사에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노션이 한국 시장에 꽤나 진심이라는 사실입니다.

노션은 2020년 첫 외국어 버전으로 한국어를 선택할 만큼 내부적으로 한국을 ‘톱 티어’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본사 차원의 투자를 더 늘렸다고 합니다. 우선 한국 지사 인력을 대폭 충원했고요. 직장인 및 대학생 앰버서더, 스타트업 고객 무료 플랜 등 노션 사용자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을 국내 시장에 이식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션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증가 중입니다. ‘일잘러’를 꿈꾸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개인 사용자 외에도 GS건설, 효성, 카카오스타일, 당근, 쏘카 등이 전사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죠.

노션이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린 건 바로 이 기업 고객을 사로잡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행사에서도 노션이 지닌 업무 툴로서의 장점이 거듭 강조됐는데요. 박대성 한국 지사장은 노션을 ‘연결 앱’으로 정의하며 국내 기업에 만연한 사일로(Silo) 현상을 노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일로 현상은 ‘조직과 정보의 파편화’를 뜻합니다. ID 보안 플랫폼 기업 옥타(Okta)에 따르면 하나의 기업이 사용하는 사스(SaaS) 툴은 평균 80여 개인데요. 노션은 이처럼 무분별한 사스 도입이 기업의 사일로를 심화한다고 분석합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각 부서의 전문성을 높일지는 몰라도 부서 간 소통과 협업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생산성 저하, 비용 증가, 업무 경직 등의 비효율로 이어진다는 진단이죠.

박대성 지사장은 “기업의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사스 툴이 등장했고, 이로 인해 회사의 다양한 자료가 흩어지고 부서간 소통이 단절됐다”며 “자율성이 높은 노션은 많은 사스 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개인, 팀, 회사의 업무를 노션으로 처리한다면 업무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노션에 따르면, 글로벌 HR 플랫폼 리모트(Remote)는 노션 도입 후 사내 정보 검색 시간을 30% 단축, 신규 직원 온보딩 과정을 2개월에서 2주로 줄이며 연간 30만 달러를 절감했고요. 일본 자동차 회사 토요타(Toyota)도 노션 도입 후 리서치 팀의 SNS 퍼블리싱 승인 결재 시간이 3분의 1로 감소하는 등 업무 효율이 개선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노션은 잘 나갑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도입했고, 올해 초에는 전 세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죠. 이런 노션이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단순히 국내 사용자 규모가 커서일까요? 행사가 끝난 뒤 박대성 지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은 노션의 ‘톱티어’ 시장

현재 국내 노션 사용자가 얼마나 되나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수백만 명 수준이에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요. 글로벌 기준으로도 미국 다음 큰 사용자 규모를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언제부터 한국 사용자가 늘었나요?

코로나 팬데믹이 기점이었어요. 재택 근무로 협업 툴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노션이 주목을 받았어요. 그걸 눈치 챈 노션이 2020년 8월 한국어 버전 출시를 결정했고 이를 계기로 국내 사용자가 급격히 늘었죠.

협업 툴이 필요했던 게 한국만은 아니었을 텐데, 왜 유독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던 걸까요?

유행에 민감하다는 특징 덕인 것 같아요. 팬데믹 시절 ‘힙한 툴’로 입소문이 났거든요. 깔끔한 디자인과 자유로운 기능이 무언가 새로운 걸 사용하고 싶어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죠. SNS 문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국내에서 ‘노션 쓰는 사람=일잘러’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으면서 노션 사용 사례를 공유하려는 분위기가 생겼거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 것 같아요.

입소문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 같아요. 노션의 국내 시장 진출 당시 전략이 궁금합니다.